다큐멘터리 탄생시킨 '둔촌냥이' 회원에게 직접 듣는 영화 이면의 이야기들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최근 동물을 소재로 한 영화와 책 등이 문화계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오는 17일 극장 개봉을 앞둔 영화 '고양이들의 아파트'가 화제다.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고양이를 부탁해'로 잘 알려진 정재은 감독의 신작 다큐멘터리로, 데뷔 이후 꾸준히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넘나들며 도시 생태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감독이 둔촌주공아파트 고양이들의 이주 프로젝트 모임 '둔촌냥이'의 활동을 담으며 도시 속 고양이와 인간의 진정한 공존에 대해 성찰하는 영화다.

3월 17일 개봉하는 정재은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들의 아파트' 포스터.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2017년부터 진행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으로 인해 오랫동안 평화롭게 살던 고양이들이 생활 터전을 잃게 될 위기게 처하자, 고양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이주시키려는 프로젝트를 세우고 실행에 옮긴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바로 '둔촌냥이' 회원들이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등장하며 막중한 프로젝트를 열정적으로 해낸 출연자 '둔촌냥이' 회원, 김포도 작가를 지난 14일 둔촌동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김포도 작가와 반려묘 우람. 사진=김포도 제공 
김포도 작가와 반려묘 우람. 사진=김포도 제공 

Q 한국반려동물신문 독자들에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포도라는 성함이 독특한데 작가명인가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김포도'는 아주 오래전부터 쓰던 닉네임 같은 이름인데 이제는 너무 굳어져서 본명을 잘 쓰지 않습니다. 저는 현재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고, 편집디자이너로서 고양이 잡지 '탁(tac)' 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Q 재건축 예정 둔촌주공아파트에서 거주하는 고양이들의 이주 프로젝트를 위해 결성된 '둔촌냥이' 모임의 주축으로 활동하다 영화에 출연하게 되셨는데, 어떻게 감독님과 연결이 되어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나요?

처음에는 캣맘협의회 소속으로 고양이를 위해 소소한 일들을 하다가  둔촌 재건축의 심각성을 접하고 둔촌고양이들을 위한 모임을 만들게 됐어요. 2017년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이른바 '둔촌냥이'를 처음 결성하는 자리에 정재은 감독님이 오셨는데 같은 '둔촌냥이' 회원으로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이인규 님의 초대로 알고 있어요. 누군가 둔촌주공과 둔촌의 고양이들을 기록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평소 도시 생태와 고양이에 관심이 많은 정재은 감독님과 소통했는데,  감독님이 적극적으로 현장을 돌아보면서 다큐멘터리를 계획하게 됐고요.

'둔촌냥이' 활동 모습. 사진=김포도 제공
'둔촌냥이' 활동 모습. 사진=김포도 제공
2017년 재건축이 진행된 둔촌주공아파트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2017년 재건축이 진행된 둔촌주공아파트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아파트 철거를 위해 투입된 중장비를 피해 다니는 고양이.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아파트 철거를 위해 투입된 중장비를 피해 다니는 고양이.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Q 실제로 둔촌주공아파트에서 거주하셨나요?

저는 둔촌주공에 살지는 않고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둔촌주공 건너 주택가에서 쭉 살았어요. 둔촌주공 주변의 고양이들을 많이 봤었는데 사실 어렸을 때는 별 관심이 없었지요. 그러다가 2014년 경 우연한 기회에 캣맘협의회 일을 하게 되면서 고양이 급식이나 바자회, 달력 만들기 등에 참여했어요. 이후 둔촌주공 재건축이 진행되면서 본격적인 '둔촌냥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거고요.

Q '둔촌냥이' 모임은 누가 처음 결성했고, 회원은 실제 얼마나 되나요?

저와 뜻을 같이 하는 몇몇 분이 고양이 일러스트 엽서를 만들어서 둔촌주공아파트 각 단지의 캣맘들을 모은 게 '둔촌냥이'의 시작이에요. 회원은 처음에 10명 정도였어요. 이후 강동구나 동물복지팀에서도 도움을 주셔서 관련 회의도 같이 모여서 하고 했지요. 둔촌주공 재건축은 워낙 큰 사업이라 거의 모든 동물단체에서 한 번씩은 다녀간 것 같아요. 특히 동물권행동 '카라'의 전진경 대표님께 이런 저런 자문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둔촌주공아파트의 고양이. 사진=김포도 제공
둔촌주공아파트의 고양이. 사진=김포도 제공

Q '둔촌냥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무엇인가요? 영화 초반에 보면 카메라를 메고 여기저기 다니시잖아요.

일단 그 당시 둔촌주공에 실제로 거주하는 고양이의 개체 수 파악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정확한 카운팅을 위해 눈에 보이는 모든 고양이를 카메라에 담고 분류하는 작업을 했지요. 제가 전공이 미술이라 사진을 배워뒀기 때문에 사진 찍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지요. 분류작업이 끝난 후에 고양이들을 이동시키는 미션을 수행했고요.

고양이를 카메라에 담는 김포도 작가.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고양이를 카메라에 담는 김포도 작가.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고양이 분류책과 현재 반려묘가 된 스몰비. 사진=김포도 제공
고양이 분류책과 현재 반려묘가 된 스몰비. 사진=김포도 제공

Q 실제 고양이 이주는 어떤 방법으로 진행이 됐나요?

이 부분이 참 쉽지 않았어요. 어떤 것이 가장 고양이들에게 최선일까 해서 많이 고민했고, 그 과정에서 의견들이 달라 회원들 간에 작은 마찰이 있기도 했지요. 고양이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은데 사실 말 못하는 고양이의 마음을 알 수가 없는 거잖아요. 많은 논의 끝에 고양이 이주는 크게 세 가지 방법으로 가닥을 잡았어요. 포획해서 미리 조성해 놓은 공간으로 옮기는 계류이주방사, 자발적으로 안전한 곳으로 이동을 유도하는 것, 그리고 개인가정으로 입양시키는 거예요. 

Q 둔촌주공의 약 250여 마리 고양이들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나요?

이주 계획에 따라서 현재 30마리 정도가 입양됐고, 나머지 아이들은 저희가 안전하다고 판단한 인근 학교 쪽으로 옮겼거나 옮겨가고 있는 중이에요.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라 강제로 다른 곳으로 옮겨놔도 자꾸 돌아가려는 습성이 있어요.

또 강제 이주가 불가능한 아이들의 자발적 이주를 위해 밥자리를 점차 옮겨서 유도해봐도 밥만 먹고 다시 돌아가는 아이들이 있거든요. 그 과정에서 도로를 건너다 다치는 아이들이 있을까봐 많이 염려가 됐지요. 사실 언제든 끝날 수 있는 일이 아니예요. 대체 어느 시점이 되어야 끝났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Q 정말 쉽지 않은 일을 하신 것 같네요. 수 년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얘기인데  '둔촌냥이' 프로젝트는 이렇게 열린 결말을 가지게 되는 건가요?

어쨌든 저희 의도대로 2020년 기준 상당수 고양이들이 둔촌주공아파트가 있던 둔촌 1동에서 안전하다고 판단한 학교가 있는 둔촌 2동으로 넘어왔어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잘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달리 여기서도 챙겨주는 캣맘분들이나 학생들이 많이 생겨나고 또다른 네트워크가 형성이 되고 있고요.

둔촌고양이 포스터. 로고 디자인:
둔촌고양이 포스터. 로고 디자인 윤지원. 사진=인스타그램 @holi_yoon 

Q 다큐멘터리와 정재은 감독의 이야기도 궁금한데, 촬영 현장에서 어떤 식으로 작업을 하셨나요?

고양이의 일상과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아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개입하지 않고 카메라 팔로우만 하는 식으로 진행됐어요. 감독님은 고양이 분류 책을 마르고 닳도록 보시면서 자주 궁금한 사항에 대해 연락을 해 오셨고요. 현장에서는 직접 고양이 밥도 주시고 청소도 하시면서 고양이의 세계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려고 하셨어요.

Q 다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난 후 소감은 어떠셨나요?

일단 정든 고양이들이 화면에 많이 나와서 참 반갑고 그리웠어요. 천진난만한 고양이들을 보기만 해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잖아요. 그리고 그 전까지는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아파트 재건축 환경에서 고양이의 생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 같아 무엇보다 기쁘고요. 감독님께서 도시 속 인간과 동물의 공존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귀여운 고양이들의 모습으로 예쁘게 잘 표현해 주신 것 같아요. 

Q 영화를 보면서 특별히 생각나는 에피소드나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나요?

고양이가 둔촌2동 쪽으로 넘어왔다가 밥을 먹고 다시 저쪽으로 넘어가는 상황이 발생해 지나는 차들을 막아가며 고양이를 안전하게 지키려고 했던 점이 기억나요. 영화에는 그 장면이 잠깐 나오지만, 실제로 그 후로도 계속 안심이 안돼서 차량 통행이 없는 새벽에 다니면서 밥그릇을 옮겨주는 일을 꼬박 1년을 했어요.

Q 1년 동안 새벽까지 고양이들을 챙길 만큼 열심히 하셨다는 사실에 감탄이 나와요. 가족들은 뭐라고 말씀하셨나요?  

가족은 부모님과 남동생이 있는데 제 일에 대해 사실 자세히 모르세요. 제가 영화에 나오는 것도 아직 모르십니다. 얘기하면 괜히 탐탁치 않아 하고 걱정하실까봐 먼저 얘기 못하겠더라고요. (웃음)

Q 혹시 영화에서 아쉬운 부분은 없었나요?

저는 일단 영화는 모든 장면이 다 좋았습니다. 그런데 저희 활동이 영화화되는 것에 대해 부담을 가진 회원분들이라든지 중간에 고양이 이주 방법에 의견을 달리하신 분들이 화면에 많이 안 나온 게 좀 아쉬워요. 그 분들 모두 정말 고생하셨거든요. 

Q 둔촌주공아파트 뿐만 아니라 재건축되는 모든 아파트에서 고양이들의 생존이 큰 문제가 될텐데 이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재건축은 어디서든 피할 수 없는 문제예요. 이제는 우리가 인간을 넘어 비인간 동물의 영역에 대해서 다함께 고민해야 하고요.  그런 차원에서 재건축의 키를 쥐고 있는 시공사가 관련 조항을 만들어 일정 부분 노력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 지금의 환경평가가 바뀌어야 하고요.

Q 그럼 김포도 님에 대해서도 얘기를 좀 해볼게요. 현재 같이 살고 있는 반려동물이 있나요?

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스튜디오에서 세 마리 고양이 '우람', '스몰비', '달리'를 키우고 있어요. 그 중에 스몰비는 둔촌주공아파트에서 살던 둔촌냥이입니다. 이주 후 갑작스런 발병으로 집으로 데려와 치료하고 회복시킨 후 지금까지 같이 살고 있죠. 고양이를 처음 키우기 시작한 건 우연히 13년 전 로드킬 당할 뻔한 고양이 '봉달희'를 구조해 데리고 오면서예요. 봉달희를 오래 키워서 하늘로 보낼 때 많이 마음 아파 또 고양이를 키울 수 있을까 했는데 이렇게 또 고양이들한테 마음을 주고 있네요. 

반려묘 달리
반려묘 달리. 사진=김포도 제공 
고양이 일러스트. 사진=김포도 제공
고양이 일러스트. 사진=김포도 제공

Q 직업이 편집 디자이너라고 하셨는데 더 자세히 소개해 주세요. 영화에 직접 그린 고양이 일러스트도 나오잖아요.

고양이 일러스트는 '둔촌냥이' 후원을 위해서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 작업했던 거예요. 그 그림책으로 카카오스토리 펀딩을 진행했고 많은 분들이 후원해주셨습니다.  

Q 고양이 전문 매거진 '탁(tac)'도 발행하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잡지 기획은 오래 전부터 해왔던 거예요. 고양이를 위해 음지에서 고생하는 분들이 정말 많은데 그 이야기를 대변할 매체가 없더라고요. 2021년 6월에 1호 창간을 시작으로 지난 12월에 2호가 나왔어요. 한 권 만드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 일년에 두 권 발행하는 걸로 계획하고 있고요. '탁(tac)'은 고양이(cat)를 뒤집은 단어예요. 고양이의 입장에서 뒤집어 생각해 보자는 의미죠.

Q 고양이 입장에서 뒤집어 생각해보자. 재밌는 발상이네요. 그렇다면 매거진 '탁(tac)'이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첫 번째는 고양이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자예요. 현장에서 고양이를 위해 활동하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많은 분들의 생생한 얘기요. 그리고 그 활동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영역에 대해 탐구해 보는 것, 또 고양이에 관심 없거나 고양이를 싫어하고 학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설득도 이 책을 통해서 가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작업하고 있답니다.

매거진 탁(tac)과 김포도 작가. 사진=정미화 기자
매거진 탁(tac)과 김포도 작가. 사진=정미화 기자

Q 이제 영화가 곧 개봉하는데요. 극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요?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해가 되는 영화일 거라고 생각해요. 또 제가 보기에 굉장히 '웰메이드' 영화고요. 그 안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분명 존재하지만, 그런 걸 다 떠나서 가벼운 힐링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도 꽤 만족스러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귀엽고 예쁘고 천진난만한 고양이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화면을 가득 채우니 그냥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거든요. 한국반려동물신문 독자 여러분도 그 즐거운 경험을 꼭 다같이 하셨으면 좋겠습니다.(웃음)

활짝 웃는 김포도 작가. 사진=정미화 기자
활짝 웃는 김포도 작가. 사진=정미화 기자

고양이들의 현실과 당면한 과제에 대해 시종일관 진지하게 얘기하다가 인터뷰를 마칠 때쯤 영화 속 귀여운 고양이들을 떠올리며 환하게 웃는 김포도 작가의 모습에서 진정 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그녀의 마음이 느껴졌다.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3월 17일 메가박스 아트나인을 비롯해 전국 20여 개의 상영관에서 개봉된다. 지역별 자세한 개봉관 정보는 엣나인필름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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